2009년 7월 27일~29일 지리산을 홀로 거닐다(1)
[프롤로그]
나는 산이 참 좋다....산이 마음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마이산과 속리산을 들렀을 때였던 거 같다...
어린 마음에도 마이산의 아늑함이 각별했고.....속리산을 가면서는 문장대는 갈 사람만 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부득부득 올라가면서 거기엔 뭐가 있는고?
궁금했던 마음이 기억이 난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속리산 문장대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았던 거 같고.....체력이 다되어(?)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산을 걷는 기쁨을 맛봤던 거 같기도 하다...
아직도 그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그리고 마침내 문장대에 올라서 문장대에 써있던 문구-<문장대에 세 번만 오르면 신선이 된다...> 를 바라보며 앞으로 2번 더 올라서 신선이 되어야지...
라는 말도 안되는...(ㅋㅋ) 다짐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그 때 산을 마음에 담아두고는 다시 산을 마음에 품을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가 1998년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한달간의 빡센 학술동아리의 방중수업을 끝내고...선배들이 선물로 마련한....정신교육(?)의 일환으로 3박4일간의
지리산 MT가 잡혔다....이 때는 등산의 '등'자도 모르는 것이 걍 산에서 놀다 오는 줄로 알고 스판 소재의 반팔 티셔츠에 청반바지 차림으로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다녀오게 된다....하산길에 다리는 다 풀려 동기들의 부축을 받고....
또...이 여름에 이른바 '지리산 대참사'라 하여 비가 그야말로 억수같이 쏟아져 계곡 근처에서 야영하던 야영객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당하게 되었던 때다...
계곡물 불어나는 속도가 엄청났다고 한다....다행히 민박을 잡아서 놀던 우리들은 그냥 지리산이라서 비가 이리 많이 오는구나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당시는 삐삐시절이라 연락이 다이렉트로 되진 않았다....
밖에서는 "지리산 대참사"라는 타이틀로 뉴스속보가 계속 터지고...우리들은 그런줄도 모르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뱀사골과 대원사 계곡에서 사상자가 엄청났다고 한다...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들은 마지막날에 각 방송사의 뉴스헬기와 시체 수색작업중인 119구조대원들을 보고야
엄청난 참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간 우리들은 전원 부모님들에게 엄청난 꾸지람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여름의 지리산 우중산행이 나를 산으로 끌어당긴 결정적인 사건이 된다.
그 안개와 물기어린 바위와 풀들과 향긋한 냄새와 새소리와 지리산만의 신비함을 어찌 잊으랴....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악회에 가입해서 여기 저기 산에 오르게 된다...
나름대로 돌아는 다니지만...아직까지 지리산만큼 갈 때마다 새롭고 신비하고 뭔가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산은 없는 거 같다...
마음속에 항상 지리산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품고 사는 리얼리....
그리고 언젠가 '서른이 되기 전에 지리산을 종주해야지'라고 맘먹게 된다...
그러나 31살....모처럼의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드디어 지리산 종주를 감행하게 된다....그것도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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