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이번 여름방학 summer camp 프로그램으로 movie English(shadowing class)를 진행했다.
내년에 고3 올라가는 녀석들인데 수능 대비를 해줘야 할 아이들인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생각하며
지금 너네가 할 일은 내신 1등급 올리고 수능 점수 더 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사건이 나랑은 상관없는 남의 고통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걸 일깨워주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영화도 의미심장하게 '타이타닉'을 골랐다.
학년 부장님이 퇴짜 놓으면 어쩌나 고민했으나 다행히 4skills통합 수업을 강조하며 의사소통 능력배양을 위한 수업이란 둘러치기에 "재밌는 수업이 될거 같다."며 허락하심..ㅎㅎ
수업준비를 하며 영화를 20번 넘게 본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조사해가며 예전에 나온 흑백영화 '타이타닉호의 진실'까지 봤다.
제임스 카메론은 '어비스'에서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대박영화를 주구장창 제작해오고 있는데,,
말 그대로 '영감'을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를 장면장면 뜯어가며 대사 공부를 하고 하다보니 한 장면 한 장면 버릴 것이 없었고, 한글자막으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던 부분조차 의미심장하게 배치된 것들.
그리고 성경구절이 많이 나오는데 스토리와 연계되면서 얼마나 소름끼치는 것들이 많았는지..
수업준비를 하면서 사실 공부가 많이 되었다.
꽃미남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예쁜 케이트 윈슬렛을 보면서 아이들도 좋아라 함.
"얘들아..오늘은 19금 장면이 있단다,"라고 예고해주니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임..(ㅡㅡ;;)
영화를 반복 또 반복해 보다 보니 앞에서 모르고 넘어갔던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보이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잭'이 얼마나 순수하고 멋진 영혼인가가 보였다.
Make it count~! : 잭의 모토이자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 중의 하나 --> 매순간을 소중히~!
그리고 생각해볼 거리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와서 아이들과 토론해가면서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 중의 하나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부딪쳐 물이 새어들어오면서 긴급하게 보트를 내리는데, 승무원들이 선장에게 묻는다.
"Women and children first?" 그리고 2초 정도 있다 망연자실하고 있던 선장이 그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성인 남자 1명과 성인 여자 1명과 아이1명중에 보트에 한 명만 실어서 살려야 되는 상황이라면 누구를 태워야 할까?"
대다수가 "아이"라고 대답하며 별 이론이 없었다.
그럼 남자와 여자중에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그러니까 골똘히 생각 들어가는 아이들..
질문을 바꿔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여자를 살려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했더니 한 녀석이
"자궁이요~"란다. 애들 지들끼리 키득거리고 얼굴 빨개지고 난리남...
맞는 말이다.. 보통 종족보존을 위해서라고들 하니까..
정답은 없는 문제지만 내 생각을 첨언했다.
" 쌤 생각에는 '죽음'앞에서 두렵지 않은 생명은 없다. 남녀를 불문하고..당연히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내 말은 저런 상황에서 '여자'가 우선 배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거지.."
이랬더니 애들도 맞댄다...
또 하나
타이타닉호는 1등석 손님들부터 3등석 손님들까지 사람을 등급으로 구분해놓고 위기상황에서 1등석 손님들부터 탈출시킨다.
그리고 유심히 보면 서로 보트에 오르려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1등석 손님들이 가방 등 짐을 실으려고 하자 원성을 산다. 사람도 못 태우는데..
이런 대재앙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처녀항해인데 무리하게 고속주행으로 빨리 목적지에 도달해서 신문 1면에 나오려 했던 욕심과 빙산 경고를 수차례 받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부주의함과
배의 미관상의 문제로 원칙을 어겨가며 보트를 정원의 반밖에 구비하지 않은 점 등등 총체적 대형사고였다..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
잭과 로즈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말고도 다시 보인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약혼자 '칼'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다시보니 칼도 나름의 방식으로 로즈를 정말 사랑했던 것이었다. 비록 그 방식이 로즈가 원하던 방식이 아니었겠지만..
영화가 본격적으로 재난영화 모드로 바뀌면서
아이들은 더욱 진지해졌다.
갑판까지 물이 새어들면서 죽음의 공포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연주를 계속하는 사람들 <-- 이 분들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덜어주려고..
이 장면에서 죽음을 대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나온다.
신사답게 죽겠다며 조끼도 입지 않고 앉아있던 구겐하임(이 분도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물이 밀려드는 침대 위에 누워 손을 꼭 잡고 있는 노부부
아이들에게 동화를 속삭이며 재워주는 엄마
보트에 서로 타겠다고 싸우는 사람들 등등
이 장면을 보면서 음악과 어우러져 만감이 교차했는지 아이들은 훌쩍거리며 많이들 울었다.
세월호 속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듣고 얌전히 앉아있던 착한 아이들..
차가운 물이 차올랐을 때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얼마나 부모님을 애타게 찾았을까..
며칠 전에 유가족 한 분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더욱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람들이 그래요...그만하라고..아니..뭘 그만해요? 시작도 못했는데..우리 아이가 왜 죽었는지 이유도 모르는데..뭘 그만해요?"
평범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세상속에 살고 있다.
남의 아픔이 남의 아픔이 아닌 바로 내 아픔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사건들과 시간이 필요한 걸까?
'생명'이 그리고 '사랑'이 그리고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영화 타이타닉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눈막고 귀막고 지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세상은 요지경인가보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말했던 걸까? 정말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
실제로 영국인 월리스 하틀리가 바이올린으로 공포에 떠는 승객들을 위하여 연주했다던 바로 그 곡
찬양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Nearer, My God, to t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