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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좋은 음악

rain

by -리얼리- 2014. 7. 2.

내가 어렸을 때 완전 꼬꼬마였을 때

 

아버지가 아끼던 전축에서는 올드팝들과 산울림/정광태/심수봉 등의 음악이 늘 재생되고 있었다..

 

LP판들도 굉장히 많았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무튼..

 

그땐 몰랐다.. 제목도 모르는 노래의 멜로디들이 30년이 지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 거라곤..

 

아버지는 김창완 아저씨의 맑은 목소리와 편안함이 좋으셨나보다..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셨고..

 

몇 년 전 라디오에서 누군가 신청한 곡으로 산울림의 <청춘>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는데..듣는 순간 여러 감정이 얽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를 듣자마자 선명하게 떠오른 한 장면.. 온 가족이 무더운 여름날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오는 길인데..아버지는 운전 중이고 나머지 모든 식구들은 다 잠들어 있는..

 

그리고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에 눈을 떴을 때  내가 본 건 아버지 혼자 운전을 하시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모습..그 곡이 바로 <청춘>이었다.

 

그땐 너무 어려서 가사의 의미도 몰랐거니와 그 노래가 몇 십 년 후에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릴 줄이야..

 

라디오에서 듣는 순간 혼자 운전을 하시며 노래를 부르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며, '가장의 무게'가 뒤늦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버지가 아끼던 셋째딸이 10대에 접어들며 서태지에 열광하는 소녀가 되었을 때 아버지는 아버지가 10대일 때 그렇게 좋아했다던 가수 '클리프 리차드'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셨더랬다.. 나는 들어보지도 못한 가수라며 세대차이 운운했고..아버지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가수는 늘 바뀌며 그렇게 몰입하는 현상 역시

 

다만 '한 때'에 지나지 않음을 알려주시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세대차이 운운거리던 그 딸은 자라서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있다..

 

 

 

 

가끔 아버지가 눈물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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